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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이 경복궁으로 향한 이유, 소리 채집으로 시작된 나 혼자만의 국가유산 프로젝트

가수 던이 마이크와 녹음 장비가 가득 담긴 가방을 메고 경복궁 근정전 앞마당에 섰습니다. 화려한 무대 위의 아이돌이나 감각적인 솔로 가수의 모습 대신, 영화 '봄날은 간다' 속 한 장면처럼 주변 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지난 출연에서 전통 한지로 은은한 조명을 만들며 단독주택의 느긋한 일상을 보여주었던 그가 두 달 만에 다시 찾은 길은 다름 아닌 도심 한복판의 고궁이었습니다.
처음 장비를 챙겨 나서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와 함께 진행하는 공식 행사나 캠페인일 것이라 짐작한 이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무지개 회원들의 질문에 돌아온 답변은 의외로 담백했습니다. 국가의 공식 의뢰를 받은 것이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기획해 혼자 진행하는 순수한 개인 작업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무형유산 장인들과의 만남에서 출발한 소리 기록

던이 국가유산의 소리를 모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뜻밖에도 무형유산 장인들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전라남도 화순 출신인 그는 서울 생활을 오래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복궁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시골에서 자라 학창 시절 경주 불국사 같은 곳은 가보았지만 서울의 궁궐을 직접 찾을 기회는 없었다는 솔직한 고백이었습니다.
장인들을 직접 만나 긴 세월 이어져 온 기술과 정신을 접하면서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질문이 피어올랐다고 합니다. 조상들이 왜 이런 건축물을 지었는지, 그리고 우리는 왜 지금까지 수많은 정성을 들여 이 유산들을 지켜오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궁금증이었습니다. 그 물음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소리 채집(필드 레코딩)'이었습니다.

자연의 고요함에서 도심의 숨결로 옮겨간 녹음

이전까지 던이 소리를 모으기 위해 찾았던 장소들은 대체로 인공 소음이 닿지 않는 깊은 자연이었습니다. 피톤치드 가득한 광릉 국립수목원, 남한산성의 울창한 숲길, 그리고 고흥 비자나무 숲처럼 바람과 나뭇잎, 새소리만 머무는 곳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복궁 작업은 결이 전혀 달랐습니다. 돌바닥을 스치는 수많은 관람객의 발걸음 소리, 낮게 웅성거리는 대화, 멀리 빌딩 숲에서 넘어오는 희미한 차량 소음까지 고스란히 섞여 드는 장소였습니다. 이에 대해 음악 프로듀서 코드쿤스트는 공항이나 지하철역처럼 목적이 뚜렷한 소리와 달리, 경복궁의 소리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일은 프로듀서 입장에서도 꽤나 다루기 어려운 작업이라고 짚었습니다.
던이 내놓은 방향성은 명확했습니다. 완벽하게 정제된 무균실의 소리를 담으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 사람들이 고궁과 함께 호흡하는 '현재의 경복궁 소리'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먼 훗날 2020년대를 살아간 이들이 경복궁에서 어떤 풍경과 소리를 나누었는지 돌아볼 때, 이 녹음본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현대의 생활 기록물이 될 수 있습니다.

채집한 소리 위에 얹은 피아노 선율과 소박한 저녁

야외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던은 곧장 작업실 컴퓨터에 녹음 장비를 연결했습니다. 경복궁에서 담아온 현장음 위에 맑은 피아노 화음을 차분하게 얹어가자, 자극적인 비트 없이도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는 명상 음악 한 곡이 자연스럽게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작업 화면 속 바탕화면이 파일 아이콘으로 가득 차 있어 기안84의 질색 섞인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소리를 대하는 그의 태도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했습니다. 복잡한 기교를 부리기보다 자신이 느끼고 온 장소의 공기를 음악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집중력이 돋보였습니다.
긴 녹음과 작업 끝에 맞이한 하루의 마무리는 마당에서 피워 올린 숯불이었습니다. 두툼한 목장갑을 끼고 불을 다룬 던은 평소 가장 즐겨 먹는다는 생선인 고등어를 꺼내 들었습니다. 소금 밑간부터 매콤한 양념장, 잘게 썬 고명까지 꼼꼼하게 올려 완성한 직화 고갈비 구이는 보는 이들의 군침을 돌게 했습니다. 소박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깊게 몰입하고, 그 온기를 스스로의 손으로 정성껏 가꾸는 태도가 깊은 인상을 남긴 하루였습니다.
남들이 시키지 않아도 자신이 품은 호기심을 따라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고, 그 결과물을 음악으로 남겨두는 예술가의 태도는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던이 앞으로 또 어떤 역사적 공간과 일상의 소리를 모아 자신만의 선율을 덧입혀 나갈지 조용히 응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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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키워드: 필드 레코딩이란 무엇인가, 일상의 소리를 음악으로 바꾸는 작업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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